학교가 시스템 지원 운영은 학생들에 맡겨
年 1억 수익 올리기도

"하루에 100통 정도 전화를 받고 송장(送狀)을 쓰느라 힘들지만 너무 재밌고 돈도 벌 수 있어 좋아요."

전남 영광 법성고 창업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법성몰(www.bubsungmall.co.kr)'을 운영하는 장소원(17·고2)양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추석 무렵에는 하루 최고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면서 "법성몰이 알려지면서 매출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법성몰에서 팔고 있는 제품은 이 지역 특산품인 굴비와 모싯잎 송편이다.

상업계 고등학교인 법성고는 작년 9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지역 특산품을 팔고 있다. 창업에 관심있는 '창업동아리' 학생 20여명이 전자상거래를 실제로 경험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출발은 '학습용' 쇼핑몰이었지만, 결과는 '대박'이었다. 지난해 총 매출은 3000만원이었지만 올 들어서는 지난달까지 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박미옥 담당교사는 "소비자들이 믿고 살 수 있는 거래 장터가 되도록 애썼다"고 말했다.

학교측은 지난달 법성몰을 학교 기업으로 확대해 정식 온라인 쇼핑몰로 운영하고 있다. 정용기 법성고 교장은 "지난해에는 수익금을 운영하는 학생들에게 200만원씩 장학금으로 줬다"며 "올해도 수익을 쇼핑몰 운영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우선 지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몰로 창업해 성공적으로 매출을 올리는 '고등학생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메이크샵에 따르면 이 회사가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지원해 주는 전국 고등학교는 모두 165개. 이는 지난해(130개)와 비교하면 30％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는 학교의 특성을 살려 제작한 상품으로 1억원 넘는 수입을 올리는 곳도 있다. 서울여자상업고등학교 창업동아리 학생들이 운영하는 여성의류 쇼핑몰 '01e18(www.01e18.com)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지난해 한 해에만 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동언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회계와 영수증 처리까지 체험하면서 경영을 배우고 있다"며 "우리 학생들은 대부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만, 쇼핑몰 운영을 통해 스스로 기업가 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고 했다. 부산디자인고교의 '데비몰(www.debimall.co.kr)'은 '디자인고'라는 특성을 살려 학생들이 만든 공예, 회화 등 미술 작품을 팔고 있다.

전남 완도 근처 노화도에 있는 '노화고등학교' 학생들은 '노화몰(www.nohwamall.com)'에서 완도 특산품인 전복을 판매한다. 완도 전복의 경우 영광 굴비처럼 인지도가 높아 올 7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14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남 고흥에 있는 고흥실업고등학교와 나로고등학교는 각각 '고흥웰빙몰(www.kohungmall.co.kr)'과 '나로몰(www.naromall.co.kr)'을 만들어 지역 특산품인 유자차와 석류 등을 판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학생들은 인터넷 쇼핑몰을 직접 운영하면서 경영을 익혀 창업을 준비하는 게 목표다. 노화고 김송이(18)양은 "나중에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해 유명한 CEO가 되고 싶다"며 "이번에 학교에서 경험한 것이 내 쇼핑몰을 만들 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