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의 한 굴비가게에서 법성고 `e-조은굴비반` 동아리 학생들이 고추장 굴비를 만들기 위해 굴비를 두들기는 과정을 UCC로 제작하고 있다. ＜사진 제공＝메이크샵＞

"엄메, 겁나게 힘들어 죽겄어요~."(법성고등학교 `e-조은굴비반` 동아리 학생들) 애교(?) 섞인 사투리에서는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데 대한 부담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막 문을 연 특산물쇼핑몰을 성공적으로 꾸려가고 있는 미래 쇼핑몰 최고경영자(CEO)로서의 자부심도 가득했다. 지난 8일 오후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면에 위치한 한 굴비가게. 법성고 e-조은굴비반 동아리 학생들의 `UCC(사용자제작콘텐츠)` 만들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박미옥 e-비지니스과 담당교사와 동아리 학생들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법성몰(www.bubsungmall.co.kr)에 영광의 특산물인 굴비를 소개하는 UCC를 제작해 올리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이날 촬영한 장면은 고추장 굴비를 만드는 과정. 건조시킨 굴비를 두들기는 손길을 놓칠새라 학생들은 캠코더와 디지털카메라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가게 주인인 하현승 씨는 "법성면 주민 대부분이 굴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실제 굴비 제품을 만드는 모습을 보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영광지역의 특산물인 굴비와 모싯잎송편, 천일염 등을 판매하는 법성몰은 작년 9월 오픈했다. 전문계고 학생들에게 창업 마인드를 심어주고 전자상거래 실무 능력을 익히게 하기 위해 박 교사와 학생들이 의기투합한 것.

지역 사회로부터 도매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고 학교기업으로 등록해 각종 세금도 면제받은 법성몰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쇼핑몰 오픈 직후인 추석 때는 명절 특수를 누리며 월 100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한 지역 대학교에서 주관한 벤처동아리 경진대회에서 고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쾌거도 이룬 가운데 수익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해 부모들의 시름도 덜어줬다.

박 교사는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학교에서 운영하는 쇼핑몰이어서 그런지 소비자들이 믿고 주문을 한다"며 "올해는 1억원 매출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물론 아직 갈 길도 멀다.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쇼핑몰은 구축했지만 교사, 학생 모두 경험이 없다 보니 콘텐츠 구성, 업데이트 속도 등에서 일반 쇼핑몰과는 수준 차이가 크다. 여기에 비용 부담으로 포털사이트의 키워드 검색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쇼핑몰을 알리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굴비 전문가가 되기 위해 가짜 굴비를 가려내는 방법을 배우고 유통 과정도 체험한 학생들은 벌써 CEO가 된 것 같은 기분이다. 2학년 윤혜민 학생은 "쇼핑몰에서 옷을 사기만 했는데 실제 운영해 보니까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고 얘기했다.

박 교사도 "교실에서 벗어난 학생들이 직접 실무를 접하면서 너무 즐거워한다"며 "인근 학교에서 법성몰의 성공 사례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질 정도"라고 귀띔했다.

정용기 법성고 교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쇼핑몰로 발돋움해 전문계고의 바람직한 학교기업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정성을 쏟을 것"이라고 전했다.

[영광 = 방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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